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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 정지 거리가 부족해 교차로에 정지하게 된다면?

제한 속도 40km/h를 20km/h 이상 초과한 속도로 진행하던 중 좌회전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었음에도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좌회전해 사고가 난 사건이다.

제1심: 무죄

1심 판결(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2. 12. 15. 선고 2022고단477 판결)과 항소심 판결(인천지방법원 2023. 12. 22. 선고 2022노4780 판결)은 공개된 판결문을 찾을 수 없어 위 영상으로 갈음한다. 먼저 1심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근거는 이렇다.

  • 피고인이 황색 신호에 따라 차량을 정지시키면 사거리 한복판에 멈출 것이다.
  • 속도위반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제한 속도인 40km/h로 주행했다고 하더라도 블랙박스 영상에서 (피해자 오토바이가) 확인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피고인이 제동할 경우, 피고인 차량의 위치에서 충돌 지점까지의 거리(약 8.2m)가 정지 거리(최소 약 15.71m)보다 짧다.
  • 이동 중에는 정지 시력보다 낮은 동체 시력에 의존해야 하고, 속도에 따라 시야각이 좁아짐에 따라 피고인이 피해자 오토바이를 인지한 시점은 최소한 블랙박스 영상에서 (피해자 오토바이가) 확인되는 시점보다 늦어졌을 것이다.

항소심: 검사의 항소 기각

항소심 재판부는 딜레마 존을 기대 가능성 이론을 들어 적극적으로 인정했다.

1) (상략) 피고인 차량이 제한속도(40km/h)를 준수하여 갔다고 가정하더라도 (중략) 정지선으로부터는 7.41 내지 10.74m 지난 지점에 멈추게 되어 사고 발생 교차로 내에 진입한 위치에 서게 되므로, 결국 교차로 밖까지 계속하여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처럼 피고인으로서는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신속히 교차로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2) 정지선 앞에서 황색 신호로 바뀐 경우 정지선까지의 거리가 정지거리보다 짧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즉시 제동하여 정지할 것을 요구할 경우 결국 정지선을 넘어 교차로 내에 정지하게 됨으로써 곧바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차량 운전자에게 자신 및 동승한 승객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신호를 준수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
3) 신호기가 설치된 도로의 운전자에게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신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 감속운행을 하여 황색신호로 바뀌는 경우 어떤 상황이든 교차로 진입 전 정지하여야 한다는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근거도 없다.

인천지방법원 2023. 12. 22. 선고 2022노4780 판결 中

황색 신호에 제동해도 교차로에 정지할 것이 예견된 상황에서 신속히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것이 긴급피난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상고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의 등화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4도1195 판결 中

감속이나 제동이 아니라 정지, 즉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 대법원 말마따나 황색 신호를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호가 언제든 황색으로 바뀔 수도 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신호가 있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또는 교차로 직전에서 서행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이미 2006년에 이러한 해석이 차량 정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위 규정에 의하면 차량이 교차로 진입하기 전에 황색의 등화로 바뀐 경우에는 차량은 정지선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차량의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할 수 없으며, 위와 같은 해석이 교차로에서의 자동차 정체현상을 유발하여 위헌적인 해석이 된다고 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657 판결 中

딜레마 자체가 없으므로 딜레마 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건 1과 이 사건 공통으로 대법원이 위 판결을 참고했길래 대법원에 수수료 1,000원을 내고 판결문을 받아 봤는데, 무려 18년 전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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