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24년 4월 12일, 대법원이 이른바 '딜레마 존(dilemma zone)'을 인정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목에 법원이나 사법부 대신 굳이 대법원이라고 꼬집은 이유는 딜레마 존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법원 판례가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결코 사소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판결이 선고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세간의 이목을 끌었는데 이 글 또한 5월에 초고를 썼지만, 필자의 게으름이 꼬박 두 달을 더 묵히다가 드디어 세상에 내놓게 됐다. 인용이 많아 글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것을 막고자 3편으로 나누어 올릴 예정이다.

관련 규정

황색 신호의 의미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신호기)
②제1항에 따른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의 종류 및 그 뜻은 별표 2와 같다.

[별표 2] 신호기가 표시하는 신호의 종류 및 신호의 뜻(제6조제2항 관련)
'황색의 등화'의 뜻:
1.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교차로의 정의와 정지 위치

도로교통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3. "교차로"란 '십'자로, 'T'자로나 그 밖에 둘 이상의 도로(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차도를 말한다)가 교차하는 부분을 말한다.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⑤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신호기로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교차로에 들어가려는 경우에는 진행하려는 진로의 앞쪽에 있는 차 또는 노면전차의 상황에 따라 교차로(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정지선을 넘은 부분을 말한다)에 정지하게 되어 다른 차 또는 노면전차의 통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 교차로에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제27조(보행자의 보호) ① 모든 차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제13조의2제6항에 따라 자전거등에서 내려서 자전거등을 끌거나 들고 통행하는 자전거등의 운전자를 포함한다)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아니하도록 그 횡단보도 앞(정지선이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그 정지선을 말한다)에서 일시정지하여야 한다.

딜레마 존

'딜레마(dilemma)'는 그리스어 'di(=two)'와 'lemma(보조정리, 제안)'의 합성어이다. 운전자가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면 계속 갈지 또는 멈출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황색 신호를 인식하고 제동하더라도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또는 교차로에 멈추어 서면 보행자나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25조 제5항으로 '꼬리 물기'를 금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따라서 딜레마 존은 보통 '황색 신호로 바뀌었을 때 정지선이나 횡단보도의 직전 또는 교차로의 직전에 도저히 정지할 수 없는 구간'을 말한다. 하지만 운전자의 과실을 판단하는 데 있어 딜레마 존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정의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딜레마 구간'이라는 표제어로 등재되어 있지만, 썩 통용되는 의미는 아니다. 앞으로의 논의에서 딜레마 존을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곳으로부터 제한 속도의 정지 거리만큼 떨어진 지점까지의 구간'으로 정의하겠다.

사건 1: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없을 때도 정지해야 하는가?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도로에서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었음에도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해 사고가 난 사건이다.

제1심: 무죄

그런데 위 규정을 문언과 같이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의 경우에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고, 차마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고',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없을 때에는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으로 허용될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 2018. 3. 13. 선고 2017고단1460(분리) 판결

1심은 변론 요지대로 황색 신호의 정지 의무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로 한정했다.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할 때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없을 때'라는 해석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유추 해석 금지의 원칙)

항소심: 검사의 항소 기각

검사는 '정지선 또는 횡단보도가 없거나 이를 지나치더라도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한다'로 해석해야 하는데, 원심에서 법리를 오해했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원심이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제2호는 ① 적색등화 신호에는 '차마는 정지선, 횡단보도 및 교차로의 직전'에서 정지하여야 한다고 병렬적으로 규정하여 황색등화 신호에 대한 규정 내용(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과 달리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여야 함을 명시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점, ② 황색등화 신호에는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황색등화 신호에서 교차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수원지방법원 2018. 8. 22. 선고 2018노1935 판결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상고한 검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상고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

위 규정에 의하면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전에 황색의 등화로 바뀐 경우에는 차량은 정지선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하여야 하며, 차량의 운전자가 정지할 것인지 또는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다(대법원 2006. 7. 27. 선고 2006도3657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8도14262 판결

정지선이나 횡단보도의 설치 여부와는 관계없이 황색 신호에 무조건 멈추라는 것이다. 결국 사건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었고, 벌금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하며 마무리된다.

최근에 올라온 글
TAG
more
Total
Today
Yesterday